(쓰다 보니 새벽 두 시 감성 ㅎㅎ)
와이프는 전업주부였고 그래서 퇴사 전까지 나는 외벌이였다
(난 외벌이가 좋았다. 부모 중 한 명은 집에 있는 것이 좋다고 늘 생각했기 때문이다)
퇴사 이유는
내가 회사에 있는 동안 와이프 혼자 어린아이 둘을 케어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졌고
그래서 아이들을 부부가 함께 양육하고 싶어서 퇴사를 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정이 아니었다
전세 값이 싼 곳으로 이사를 하면서 전세 보증금의 일부를 생활비로 돌렸다
내가 퇴사를 했으니 우리 가정의 수익은 이제 없었고
그래서 돈은 중요한 문제였다
그런데 왜 나는 유튜브로 강의를 시작했을까?
퇴사를 결심하고 이제 어떻게 먹고살까 고민하면서 사실 여러 방안을 검토했었다
고액의 멘토링 프로그램, 유료 강의,,
이런 것들도 후보군에 있었지만 그럼에도 무료로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나도 어렵게 공부를 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중고딩 때 남들 흔히 다니는 영어 학원, 수학 학원도 다녀본 적이 없다
대학 때 1~2만원이 정말 소중해서 야식도 잘 안 먹었고
취직한 후에는 대학 때 받은 학자금 대출을 갚기 바빴다
만약 내가 강의를 한다면 제일 먼저 다루고 싶었던 내용은 무조건 컴공 관련 내용이었다
전공자였지만.. 백엔드 신입이 돼서야 컴공이 개발에 대단히 중요하구나를 처음 느꼈고, 그때 그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때부터 기회만 오면 컴공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다녔고,
'만약 내가 강의를 한다면 컴공 내용부터 다뤄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컴공 내용은 근본이 되고 기초가 되는 지식이라서
이 지식을 배우고 또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수업을 듣고 있는 컴공과 학생이거나,
아니면 이미 비싼 등록금을 내고 졸업까지 했지만 커리어 전환을 준비 중인 비전공자 거나
아니면 이제 막 취직해서 원룸에서 지내면서 대출금도 갚고 있을 주니어 개발자였다
그렇다
이분들은 돈이 넉넉한 분들이 아니다
나도 어렵게 공부했었는데..
이런 분들을 상대로 유료로 뭔가를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형편이 넉넉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처럼 어렵게 공부하는 분들도 계실 텐데,,
나의 녹록지 않았던 시절도 생각나고
유료로 뭔가를 올려놓으면 그걸 살지 말지 망설이고 고민할 모습들이,
심지어 돈 때문에 아쉽지만 포기하고 돌아설 그런 모습들이 떠올라서
고액 멘토링이나 유료 강의가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리고 한편으론
내가 어떻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 봤을 때
전 세계의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정리해 놓은 글들을 보면서 성장했었고,
심지어 대학원을 준비하던 시절에는 스탠퍼드 교수님이 무료로 올린 인공지능 강의를 보면서 공부를 했었고,,
그렇게 나도 아무런 대가 없이 도움을 받았는데...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나도 뭔가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그런 마음도 들었다
그래서 결국
'어차피 유튜브는 광고 수익이 있으니까 열심히 해서 광고 수익 좀 벌고,
혹시나 앞광고 들어오면 그걸로 또 벌고,, 그러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유튜브를 하자' 다짐을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해보니까, 개발로 유튜브를 하는 것은 수익적인 측면에서 생각보다 어려웠다
'다른 개발 유튜버 분들이 유료 강의를 병행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고백하자면 잠시 타협한 순간도 있었다
바로 며칠 전 일이다
1년이 지났는데도 사정이 녹록지 않으니까
고민 끝에 지금까지 유튭에 올린 OS 영상들을
싼 가격에 유료 강의로 올리는 것을 시도했었다
사실 그전에도 '유료 강의로 올려도 될 것 같아요' 그런 댓글이 여러 번 있었고
찾아보니 실제로 나와 비슷한 사례도 있어서 한번 시도를 하게 됐는데
담당자와 몇 번의 대화 끝에 유튭에서 무료로 오픈된 것을 유료로 올릴 수는 없음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조금 아쉬웠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이렇게 된 게 감사했다
이 일을 계기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대 때부터 종종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신념과 돈이 충돌했을 때 신념을 선택할 수 있을까?'
지금 나에게는 무료 강의가 이걸 확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같다
중간에 살짝 넘어갈 뻔했지만ㅎㅎ
끝까지 초심 잃지 않을 것이다
p.s.
물론 수익은 여전히 고민스러운 부분이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다
'다짐을 타협하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어야 진짜 실력이지 않을까?'
방법을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