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위한 무한 동력으로 호기심을 다뤘다. 그렇다면 성장을 방해하는 빌런은 뭐가 있을까?
잘 아시겠지만 나의 성장을 방해하는 빌런 끝판왕은 나 자신이다.
워워워 잠시만요~ 뻔한 얘기 아니고요, 5분 10분만 투자하시죠?
우리가 자주 실패하는 이유는 사실 몰라서가 아니다. 알고 있음에도 하지 않아서다. 하지 않아서. 하지 않아서. 하지 않아서!!
아무리 거창한 공부 계획이 있더라도,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술 서적을 사놓고 한 달 안에 내 것으로 소화시키겠다고 무한 다짐을 할지라도, 매일매일 조금씩 읽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가 실패하는 이유는 알고도 실행하지 않는 나 때문이다.
왜 나는 행동하는 것에 실패할까? 무엇 때문에 나는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일까?
개인 차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엔 귀찮아하는 기질이 있었다. 뭔가를 야심 차게 해보려 하다가도 초심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귀찮아지는 것이다.
귀찮음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오늘따라 몸도 피곤한데 좀 쉬고 내일 할까?'
'음~ 이 내용은 너무 어려워. 지난번 내용도 어려웠는데.. 아 하기 싫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알 수 없지만 알 수 없지만 아직도 나는 자신이 없네..)'
'아 뭐야~!! 기술 서적을 읽는데 모르는 개념이 나와서 검색해서 찾아봤는데 거기서 또 모르는 개념이 나오네?? 아 귀찮다.. 언제 다 읽냐..'
'아몰랑~~ 핵노잼이야. 귀찮아! 하기 싫어!!'
뭐 이런 패턴이다.
그런데 정말 귀찮음 그 자체가 원인일까?
좀 더 솔직히 말해보자. 엄밀히 말하면 귀찮아하는 나 자신과 싸우고 싶지 않은 나약한 내가 원인이다. 그런데 자존심은 있다 보니 나에게 졌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진 않고, 그래서 대충 귀찮다는 걸로 얼버무리는 것이다. 실제로 귀찮기도 하고,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귀찮아하기 때문에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마음의 위로로, 나 자신에게 졌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은 심리인 것이다.
귀찮아서 결국 하지 않게 되는 것, 이를 의지가 약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나 자신과 싸워야 하는데 싸울 의지가 약한 게 사실이다.
왜 의지가 약한 것일까? 그리고 이 귀찮음을, 의지의 약함을, 나라는 빌런을 어떻게 무력화 시킬 수 있을까?
애초에 나는 성장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이며 어떤 과정을 통과하게 되는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성장이라고 하면 마냥 좋아 보이는 단어였다. 막연히 성장하고 싶으니까, 성장하면 좋을 것 같으니까 성장이라는 것을 동경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좀 더 다가가보니 성장이라는 것은 애초부터 즐겁기만 한 일이 아니었다.
성장하기 위해선 낯설고 생소한 개념을 내 것으로 소화시키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 과정은 힘들고 어렵고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었다. 개념적으로 기술적으로 막혔을 때 논리적으로 어디가 막혀서 이해가 안 되는 것인지, 무엇을 모르거나 무엇이 부족해서 해결을 못하는 것인지 고민하고 찾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것인데 이 과정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것이다.
애초에 인정하고 시작을 해야 한다.
성장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노선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 취미 정도로 프로그래밍을 할 것이라면 대충 해도 괜찮고 귀찮으면 안 해도 별문제 없다. 하지만 내가 프로그래밍이라는, 혹은 개발이라는 분야에서 프로가 되고 싶다면, 실력 있고 능력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면 성장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며, 이 과정은 마냥 재밌거나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감내하며 그럼에도 이 길을 가겠다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성장이 늘 너무 항상 올웨이즈 괴롭기만 한 과정일까?
'개발하기 무셔웡~~~ ㄷㄷㄷㄷ'
항상 이런 느낌이기만 할까?
그동안 나를 관찰하면서, 귀찮아하고 나약한 나라는 빌런은 많은 부분이 심리적인 요인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심리적인 요인을 잘 조절할 수 있다면 생각보다 이 빌런을 쉽게 꺾을 수 있다고 보는데 몇 가지 팁을 공유해 보고자 한다.
먼저는 귀찮아하는 것, 의지가 약하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받아들이자.
이 말은 나를 합리화하거나 면죄부를 주자는 말이 아니다. 처음부터 좌절모드로 시작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다.
타고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아주 종종 있지만 보통의 일반 사람들은 하다 보면 하기 싫고 귀찮아지기 마련이다.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인간의 본성이다. 이걸 일단 인정하자는 거다. 나만 모자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기본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본성이 있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쉬고 싶을 때 쉬고, 놀러 가고 싶을 때 놀러 가고, 자고 싶을 때 자는. 이런 본성대로 계속 살다 보면 사람 본성에도 관성이라는 것이 생겨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패턴이 된다. 이미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지만 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것이다.
물리학에서 관성이란 원래 가던 방향으로 계속 가게 만드는 힘이지 않는가? 사람도 마찬가지다. 본성대로 쭉 살다 보니 관성까지 생겨버려서 그것을 억누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의지가 약하다는 것은 실은 보편적인 현상이며, 엄밀히 따지면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니라 본성에 관성까지 더해진 그 힘이 너무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나라는 빌런이 생각보다 강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일단 직시한 뒤에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사람의 본성 자체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으니 본성을 따라갔던 관성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본성에 관성까지 더해져서 한 쪽으로 쏠리고 있는 힘을 한 번에 한순간에 일시에 반대로 돌리는 것은 무리다. 물리적으로도 부자연스럽고 그렇게 하려면 매우 큰 힘이 필요할뿐더러 실제로 매우 큰 힘을 가해서 한 번에 반대 방향으로 바꾸려 하다가는 어딘가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필요한 심리적 요인이 있는데, 우리, 조급하지 말자.
본성을 거스르는 관성을 만드는 것은 애초에 한 번에 되지 않는 것임을 받아들이자. 어렵고 답답해서 하고 싶지 않을 때마다 한 번에 그 본성을 억누르기는 너무 힘들다.
마라톤을 뛴다고 생각해야 한다. 단번에 바뀔 수 없기 때문에 마치 원을 그리듯 빙 둘러서 관성의 방향을 바꾼다고 생각해야 한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니 절대로 조급해하지 말고, 이따금 실패하더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꾸준히 관성의 방향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몇 번 내 본성을 억누르는데 실패했다고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나는 이제 돌아서겠소' 이런 자포자기에 빠질 필요가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인간 본성에 관성까지 더해진 그 힘이 애초에 내 의지에 비해 너무 컸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 자신을 너무 채찍질하지 말자. 아예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 때로는 넘어질 수 있지만 다시 털고 일어나면 된다. 넘어진 채로 영원히 그대로 있지만 않으면 된다. 가끔은 원치 않게 넘어졌다면 넘어진 채로 누워서 하늘도 보다가 다시 일어나 걸어가면 된다. 물론! 오래 누워있으면 있을수록 그것이 또 다른 관성이 되기 때문에 너무 오래 누워 있으면 안 되겠지만.. ㅎㅎ
관성의 방향을 본성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돌리기 위한 훈련은 간단하다.
이기기 쉬운 본성부터 이겨보자. 옛날 전쟁에서 공성전을 치르면 가장 방어가 취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마찬가지로 우리 본성에서도 상대적으로 약한 부분이 있다. 이기기 쉬운 판을 짜서 그것부터 공략해 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중에서 공부하고 탐구하던 중에 갑자기 내 인스타가 궁금해졌다. 핸드폰을 저 멀리 던져보자. 밀어보자.
기술 서적을 읽어야 하는데 읽기가 싫다. 읽지 마라. 대신 책을 잡아서 펴기만 해보자.
기술 서적 읽는데 너무 지루하다. 읽지 마라. 대신 딱 한 문장만 더 읽어보자.
공부하기 너무 싫고 뒹굴뒹굴하고 싶다. 오케이 공부하지 마라! 일단 근데 의자에는 앉아보자.
그러다 보면 조금씩 더 강한 내 본성도 억누를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중요한 룰이 하나 있는데 바로 3초 컷이다.
액션을 취할 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멍 때리는 느낌으로 아무 생각 없이 빨리!! 액션을 취해야 한다. 나라는 빌런과의 싸움은 질질 끌면 끌수록 질 가능성이 크다. 책을 잡는 것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자에 앉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질 가능성이 크다. 본성을 거스르는 행동을 취할 때는 이것저것 재거나 생각하지 말고 걍 무조건 빨리 실행해야 한다. 승부는 3초 컷이다. 3초 안에 결정 난다.
요약하면 이렇다.
나라는 빌런이 생각보다 강려크하다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실패해도 괜찮으니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본성의 약한 부분부터 억누르는 시도를 질질 끌지 말고 빠르게 실행해야 한다, 해야 한다, 해야 한다!!!
아 참,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분들이 오히려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나 또한 그런 성향이어서 공감을 하는데, 이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분들이 심리적으로 한번 시작하면 이걸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서 얼마나 피곤할지 스스로 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쉽사리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차피 이 바닥에서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며 평생 공부해야 하는 운명이다. 롱 텀으로 바라보고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헤쳐나간다 생각하며 완벽보다는 완료에 방점을 두고 마음 편히 먹는 것이 관성의 방향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희망적인 얘기를 해볼까?
나도 이런 일련의 훈련을 거쳤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과거의 나에 비하면 '본성이 바뀌었나?' 싶을 정도로 하기 싫거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제법 잘 극복하게 된 나를 발견한다. 이젠 본성을 따라가던 관성에서 본성을 거스르는 관성이 어느 정도 형성된 느낌이고, 이런 관성 위에서 새로운 지식을 소화하거나 기존의 지식을 더 깊이 탐구하는 것이 점점 더 자연스럽고 편해지고 있다. 얼마나 좋은지 어화 둥둥~~
관성의 흐름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하면, 처음 느꼈던 그 힘듦의 크기가 점차 줄어들게 된다. 당연한 얘기인데 본성을 따라가던 관성이 본성을 거스르는 관성이 되면서 본성을 억누르는 것이 한결 쉬워지기 때문이다.
호기심이라는 동력에 본성을 억누르는 관성이 더해지면 어느 순간에는 힘들다고 느껴지지도 않을 만큼 공부하고 연구하고 탐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게 된다.
끝으로, 매 순간 본성을 거스르는 나를 칭찬해 주자.
책 산 것에 뿌듯해하지 말고, 노션에 일련의 계획을 멋지게 정리한 것에 뿌듯해하지 말고, 한 문장이라도 더 책을 읽은 나를, 하나라도 더 계획대로 행동한 나를 뿌듯해하자. 실제로 액션을 취한 나를 칭찬해 주자.
당신은 평범해 보여도 오늘 하루 당신이 액션을 취했다면 오늘 하루 당신은 위인이다.